[주간경향]“군경 각종 만행, 그들은 도적떼”

[주간경향]“군경 각종 만행, 그들은 도적떼”

다큐앤드뉴스코리아

김영미 다큐앤드뉴스 대표기자

미얀마 만달레이 시위 청년 지도자 타이자 산

타이자 산은 현재 미얀마 ‘봄의 혁명’을 이끄는 대표적 청년 지도자로 만달레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군부는 사상 최고 금액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령을 내렸다. 의대 출신으로 사회봉사를 꿈꾸던 평범한 젊은이였던 그는 지난 2월 4일 군부쿠데타 이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위를 벌였다. 현재 그는 만달레이 모처에 은신하며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두차례 인터뷰를 통해 현지 미얀마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미얀마 만달레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타이자 산 / 다큐앤드뉴스

미얀마 만달레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타이자 산 / 다큐앤드뉴스

-지난 6월 4일 미얀마 최초의 거리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쿠데타 이전에는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했습니다. 쿠데타가 발발한 날에는 주변 동료들과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곧바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판단해 주변 친구들과 사회운동가들을 모아 만달레이에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쿠데타 이후로 시민 불복종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매일 시간 단위로 전국에서 집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는 안전 문제 때문에 매일 시위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격일이나 혹은 3일 간격을 두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군경이 유혈진압을 이어가고 있어 어제도 만달레이에서 한명이 사망했고, 여섯명이 체포됐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전 세계가 알 수 있도록 집회를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군인이 민간인에게 각종 만행을 저지른다는데, 사실인가요.

“군경의 잔혹 행위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내가 거주했던 아파트에 없는 줄 알면서도 들어와 물건을 훔쳐가고 주민들을 위협합니다. 이유 없는 구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체포 작전을 벌이다 실패하면 꼭 민가에서 물건을 약탈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항하거나 반항하면 미성년자들까지 가차 없이 연행하고 가족들이 석방해 달라고 하면 돈을 요구합니다. 주민들은 그들을 군인이나 경찰로 생각하지 않고 도적떼나 테러리스트라고 부릅니다. 최근에는 길을 가던 주민이 돈을 털린 경우도 있고, 이유 없이 길 가던 분을 총을 쏴 죽이기도 했습니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미얀마 국민이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나요.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부터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쿠데타까지 일어나다 보니 경제나 사회활동이 붕괴됐습니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차단하고 시민의 교류를 전면 차단하다 보니까 온라인 비즈니스나 은행 업무 같은 것이 불가능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경제활동을 못 하는 상황입니다. 매일 거리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경우 벌이가 없어 굶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전반적으로 국가 전체가 마비 상황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군부에 맞서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경제가 마비됐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나요.

“미얀마는 이전부터 기부하고 나누는 문화가 잘 정착돼 있습니다. ‘필요하면 가져가고 남으면 기부하세요’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식료품이나 생필품은 주민들끼리 나누고 있습니다. 쿠데타 이후로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요. 미얀마 자체가 농업국가이다 보니 먹을거리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안전 자체가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길이나 집 앞에 나서거나 잠깐 이동하는 경우에도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상황입니다. 현재 주민들이 자율방범대를 구성해 동네를 지키고 있는데, 그 사람들마저 표적이 돼 사망하는 일이 많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안전 문제가 더 시급합니다.”

-흘라잉 최고 사령관이 아세안 회의에서 폭력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약속과 관계없이 계속 유혈진압과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회의 하는 도중에도 만달레이에서는 총격하고 체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국적인 규모로 보면 많은 사람이 아세안 회의 전후로 죽임을 당했고, 일반 주민들까지 무차별 탄압과 약탈 같은 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닫힌 상점도 부수고 들어가 물건을 약탈하고 현금을 털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회의의 실효성은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아세안이 나서는 것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보나요.

“아세안과 국제사회가 미얀마 상황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에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세안 회의에서 도출된 결과를 보면 돌아볼 만한 내용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현재 체포된 시민과 민주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석방 요구도 무시되고 있습니다.”

-몽유와의 리더인 리틀 판다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걱정되지는 않나요.

“웨이 모 나잉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습니다. 내 신변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부재했을 때 필요한 준비도 해놓은 상태입니다. 군부독재 체재가 완전히 몰락할 때까지 목숨을 걸고 혁명을 완수해나갈 것입니다.”

-미얀마 정부가 현상금까지 걸었는데요.

“현상금 이야기가 많은데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수배가 되든 안 되든 군경이 체포하고 싶으면 체포하고 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상황입니다. 수배령이나 현상금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미얀마 국민 대부분이 민주주의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미얀마의 미래를 꿈꾸나요.

“미얀마는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국가입니다. 인구가 적은 것도 아니고, 넓은 국토와 자원도 풍족합니다. 좋은 정치, 그리고 국민적인 통합이 있으면 충분히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연방 민주주의 국가로 체제를 전환하고 버마족뿐만 아니라 소수민족과 두루 어울려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훌륭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한국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여러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 여러분이 미얀마 상황에 대해 많이 지켜봐주고 지지해줘 존경 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첫째로는 미얀마 군부세력을 절대적으로 부정해주면 좋겠습니다. 전혀 정당성이 없는 집단이니 이들과 협상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두 번째는 민족통합정부(NUG)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세 번째로는 쿠데타 이후 민중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과 안전 문제를 인도적인 관점에서 지원해준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얀마 국민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군부의 악행에 눈감지 않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김영미 다큐앤드뉴스 대표기자 youngmekim5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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